오늘도 좋은날

2012. 8. 1. 수요일

꽃바람여인 2012. 8. 1. 18:45

팔월의 첫날이다.

더위가 어제보다는 한 풀 꺾인 듯 하다.

엄마는 어제부터는 아예 수저질도 안하시고 팔에 기대 안겨서 입만 벌리신다. 그것도 먹기 싫은걸 억지로 먹는지

예전에 한슬이가 밥을 입에 넣고 30여분을 버텼던 것 처럼......

그래도 그제 저녁에 입을 꾹 다물고 벌리지 않아 아무것도 못 드리고 애만 태웠던 것에 비하면 얼마나 고마운지......

작은 오빠가 퇴근하고 온다기에

오빠가 오면 민혜에게 곱창이나 먹일려고 기다리는데 느림보 오빠는 9시가 다 되어서야 나타났는데 엄마는 당신의 엔돌핀을 보더니 힘이 솟아 나는지 오빠에게 하나하나 고자질을 시작 하신다. 그리고 오빠 팔에 안겨서는 거짓말처럼 잘도 받아 드신다.

어제 오후 내내 주무셨다더니 잠이 오질 않나 보다. TV를 보는 민혜에게 엄마를 맡기고 잠이 들었는데 12시가 넘어서 민혜가 깨운다.

엄마가 화장실을 가시겠다기에 휴대용 소변기에 앉혀 드렸는데 기어히 화장실에 가시겠다고 떼를 쓰신다.

민혜랑 양쪽에서 부축해 겨우 일을 보고 잠을 청하시는데 끙끙 앓는다. 머리에 손을 얹어 보고 겨드랑이랑 배에 손을 대 보아도 열은 많지 않은데 아마도 통증이 계속 오나 보다.

3시반, 4시반에 깨어 나시길래 배 고프냐고 물어도 보고 수박을 드실건지 포도를 드실건지 귤을 드실건지 물어도 고개만 가로 젓을 뿐 아무런 말씀도 안하신다.

심지어 물도 마다 하신다.

6시 반 알람에 깜짝 놀라 깨어나니 배가 고프시단다. 떠지지 않은 눈을 부벼 정신을 차리고 아침에 준비해 온 복어 된장국에 바보죽을 엷게 풀어 드리니 겨우 세 숟가락 드시길래 더 드시라고 사정 했더니 왜 나를 이렇게 귀찮게 하시냐고 타박이다.

7시가 넘어서야 잠에서 깨어나지도 못하는 민혜에게 엄마를 부탁하고 출근 준비도 하고 도시락 준비 엄마 복어 된장국을 끓이러 허둥지둥 집으로 향한다.

대문 앞에서 앞집 영민씨 어머니와 맞딱드려 고개로 인사를 했는데 무슨 오해를 하는지 인사도 받지 않고 외면 한다. 세상 참......

어제 돌려논 빨래를 다시 헹굼을 선택해 돌리고 밥을 앉히고 복어, 표고버섯, 고사리, 된장을 풀어 넣고 불에 올리고 씻고 출근 준비를 하러 방으로 갔더니 쟁퉁이 자루가 또 화분을 엎어 놓고 풍란은 식탁 위에서 나뒹군다.

방바닥은......개판이다. 부랴부랴 비질하고 고양이 사료랑 물을 주고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쁘다.

8시가 넘어서야 병원에 도착. 아침먹고 출근 하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민혜는 아직도 한밤중.

민혜를 깨워서 아침을 준비 시키고 엄마 죽을 챙긴다.

침대를 비스듬히 세워 놓고 엄마를 뒤에서 안고서 한숟가락 씩 떠서 먹이는데 출근시간이 급박 하다.

사무실에 연락을 하고서 엄마께는 지각 한다고 말을 하면 힘들게 한 입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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